나는 별 재주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 평범한 동네 외과의사다.
매일매일이 단조롭고 특별한 이벤트 없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하는 무미건조한 일상이다.
1주일이 잠깐 사이에 훌쩍 지나갈 때는 참으로 소탈하기 그지 없는 삶 그 자체라고 되뇐다.
그러나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듯이 나에게도 하나 특출한(?) 재능이 있다.
그것은 내가 뭔가 꾸준히 할 줄 안다는 것이고 이를테면 끈기가 있는 셈이고 한번 시작한 일은 잘 지켜낸다는 점이다.
나는 내 스스로를 "지킴이"로 부른다.
뭔가를 지킬려고 안간 힘을 쏟고 그 지킴이를 꽤나 잘 하는 편이라는 사실이다.

첫째 나는 건강지킴이다. 건강하게 살아간다는 뜻이다.
늘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술과 담배를 가까이 하지 않으며 과식하거나 해로운 음식을 피한다.
매일 1시간여 걷기 운동을 하고 잠은 가능하면 7시간을 푹 자려고 노력하며,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힘 자라는대로 남들을 배려하려고 애쓴다.

둘째, 가족과 친구들을 지켜주려고 노력한다.
가족은 항상 나의 오른팔이며 나의 왼팔이기도 하다. 가족의 건강과 행복,경제,여유,즐거움,희망을 위해 나는 내 모든 것을 바치려고 노력한다.
친구들에게도 늘 지킴이로서 도움이 되려고 애쓴다. 친구의 건강과 올바른 삶을 위해 힘껏 관심을 가져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번째, 환자들을 지키는 의사로서 나는 조금도 부끄러움이 없게끔 내 몸처럼 그들을 아낀다.
나는 특별한 언어적인 재주나 유머감각은 없지만 늘 환자들을 즐겁고 희망차게 살도록 질병치료에 온힘을 다 기울인다.
환자들의 지킴이로서 나는 일년 365일 병원 문을 열고 그들을 보살피고 도와주려고 내 몸과 마음을 아끼지 않는다.

또 나는 우리 조국을 위해 할 일을 다하고 있다.
국방의 의무,세금...등 남 부끄럽지 않게 대한민국의 지킴이로서 그동안 떳떳하게 살아왔다.
항상 내 스스로 "나는 한국의 지킴이로서 늘 당당했다."고 자부한다.
집안도 조국에 헌신하였다.
큰 아버지는 6-25 전쟁때 수도 서울을 지키다 돌아가셨고 무공훈장까지 내가 대신 받았다.
나는 젊어서 수도군단 의무실장으로 근무했던 그 때를 늘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가치 있고 보람찬 것들을 지켜가는 것은 삶의 본질적인 존재 이유를 만든다.
새롭고 신기한 것을 만드는 것도 재주지만 평범하지만 소중한 것을 지켜나가는 것 역시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나는 항상 정직한 성품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나는 항상 남의 어려움을 먼저 헤아려서 그들의 소중한 인간스러움을 지켜주려고 한다.
나는 항상 나의 가난을 수치로 여기지 않고 남의 여유로움을 지켜주려고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선다.
나는 항상 나의 이 보잘것 없는 인생살이를 승화시켜 남의 더 화려운 삶으로  지켜주는 데에서 내 삶의 의미를 찾는다.

내가 비록 갖고 있는 것이 오직 이 지키는 재주이지만
나는 늘 이 재주를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고
내일 내 인생살이가 다하는 그 순간까지
나와 가족과 친구와 환자와 조국의 지킴이로서 죽을 힘을 다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