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한국은 영화의 전성시대 였다.

김수용감독의 "저 하늘에도 슬픔이" ('65년 개봉)이 이 시기에 상영되었고,
67년에는 "안개",68년에는 "춘향"이 인기리에 전국의 영화관을 점령하였다.
그때를 전후하여 신상옥감독의 "빨간마후라"(64년),"사랑방 손님과 어머니"(61년),
"상록수"(61년),"대원군"(68) 등이 전국을 그야말로 영화폭풍으로 강타하였다.
그 유명한 "돌아오지 않는 해병"(63년)도 이만희감독에 의해 제작,이 즈음에 개봉되었다.

65년 첫 상영된 이윤복 원작의 "저 하늘에도 슬픔이"는 전국의 어린아이, 어른 모두를
눈물바다에 빠뜨린 하늘도 슬퍼할 영화였다. 그때 부모없이 어린 동생들을 혼자서
키우면서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썼던 이윤복(김천만분)의 실화를, 담임선생의
도움에 의해 세상의 빛을 보게된 영화인데, 애석하게도 필자 또래의 이윤복은 90년
39세의 젊은 나이로 간경변으로 저 세상으로 갔다.

"저 하늘에도 슬픔이"를 감독한 김수용은 60년대 한국 문예영화의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신영균, 고은아, 황정순등이 배역한 "갯마을"은 원래 소설가 오영수원작을 영화화한 작품인데,
남해안의 갯마을을 배경으로 섬사람들의 애환을 바다, 멸치떼와 같은 현실세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한국최초의 문예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안개"에서도 꿈과 현실을
2분법으로 영상화하였다. 신성일, 윤정희, 이낙훈등이 배역을 맡은 "안개" 역시 문예작품의
효시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한국영화는 신상옥감독을 빼고서는 설명할 수 없단다. 최은희(부인)와 북한을 탈출한 사건으로도
유명한 신감독은 "심훈"의 "상록수(61년)"을 시작으로 주요섭의 유명한 작품을 영화화한
"사랑방손님과 어머니"(61년)를 만들어 한국의 수많은 청춘남녀들의 심금을 울렸으며,
신영균, 최무룡, 최은희, 윤인자등이 배역을 맡은 "빨간 마후라"(64)는 거의 최초의 항공영화로서
당시로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인기를 얻었다. 한국전쟁 때 강릉 전진기지에서 출격했던
비행기들과 이들 전투기를 몰았던 비행사들의 애환을 엿볼 수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푸른 창공을
날아가는 우리 비행대대의 멋진 모습이 "빨간마후라"(목에 두른 비행사들의 상징)와 함께
속이 다 후련하게 하는 작품이다. 주제가 "빨간 마후라"는 합창으로 지금도 불리운다.

한국전쟁 직후라 전쟁영화가 많이 개봉되었다. 그 중에서도 이만희감독의 "돌아오지 않는 해병(63년)"은
가장 영화팬들의 가슴에 가장 오래 남아있는 영화란다. 장동휘, 최무룡, 이대엽등이 주연급으로 뛰는
이 영화는 이만희(45세에 요절)를 일약 스타급감독으로 만든 명화이다. 전쟁 중에 무르익은 전우애를
묘사한 작품으로 지금 봐도 충분히 즐겁게 볼 수 있는 멋진 영화라고 생각한다.

한국영화를 빛낸 영화배우들 역시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지만, 유독 필자에겐 신영균(15,16대 국회의원),
최무룡(최민수의 아버지로13대 국회의원) 등이 기억에 남는다. 신영균은 치과의사이기도 한 다재다능한
배우로 우리나라 영화발전에 많은 공로가 있으며, 늘 묵직한 톤의 목소리로 보는로 하여금 든든한 느낌을
주고 안정감을 주어 편하게 해주는 배우였다. 그리고 최무룡은 훌륭한 목소리의 소유자로 가수
("외나무다리"라는 히트곡도 있다) 이기도 했다. 물론 신성일이나 엄앵란, 김지미, 윤정희, 문희등등
기라성 같은 내노라하는 배우들이 있긴 하지만 필자가 딱히 뽑으라면 이 분들을 먼저 모시고 싶다는 정도이다.

그러나 필자가 잊지 못할 배우 한 사람을 들라면 "김승호"(1917~1968)를 주저않고 여기에 올리고 싶다.
그의 "아빠의 청춘"(66년)을 보면 필자는 마치 한국 아버지의 모델을 보는 것 같다.
최근에 이 분과 흡사한 배우를 들라면 최불암을 들 수가 있을 것이다. 그의 구수하고 약간 슬픈 듯한 표정은
어두운 우리 한국역사에서 외롭고 힘들게 아버지로 살았던 그 옛날의 모습을 고스란히 대변해주는 것 같다.

영화는 우리 인간들이 직접 겪을 수 없는 비현실적인 것을 화면으로 간접경험하기에 최적의 기회를
제공해준다. 한국영화는 그 어떤 영화보다 우리 한국적인 토속적이고 순수한 전통과 내면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묘사해 주는 신토불이 영화이다. 힘들고 어려 울 때 국산영화를 보면서 한국적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고, 정신의 건강에 유익하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