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휴일"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화인데, 53년도의 흑백영화이지만
여주인공인 "오드리 햅번" 의 발랄하고 천진스러우며 예쁜 모습에 한번 이 영화를
본 사람은 모두 오드리 햅번의 광팬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작품에서 신문기자역으로 나온 "그레고리 펙"과의 흥미진진한 우정과 애틋한
사랑은 50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 영화를 잊지못할 명화로 매김하기에 충분하다.

원래 오드리 햅번은 무명배우였으나 이 작품에서 "월리엄 와일러"감독
(유명한 "벤허"를 제작)에게 전격 발탁되면서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자리하게 된다.
그러나 정작 그녀의 아름다움을 속속들이 보여주는 작품은 61년 개봉의 "티파니에서
아침을(Breakfast at Tiffany's)"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조용한 뉴욕의 보석상가, 티파니에 여주인공 "할리"(햅번분)가 기타를 들고 다소곳이
앉아 "달빛이 흐르는 강(Moon River)"를 부르는 장면부터 시작하는 이 영화는 헨리 맨시니의
이 주제곡 (아카데미 작곡상수상)으로도 유명하지만, 사랑과 돈이라는 두갈래에서 방황하는
여자의 마음을 명배우 오드리 햅번을 통하여 최고의 수준으로 영상화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Wherever you're goin' I'm goin' your way...." 결국 부유한 유부남을 따라갈 것을
포기하고 가난한 작가 "폴"을 선택하는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여주인공의 첫 장면
노래가사에서, 미리 예감할 수 있는, 당시로는 참신한 제작기법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오드리 헵번은 훗날 아프리카의 빈곤한 사람들을 위해 여생을 바쳤는데, 그 때 그의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이가 들면 알게 되겠지만 사람이 2개의 손을 갖고 있어요. 하나는
자기자신을 돕기 위해, 다른 하나는 남을 돕기 위해서지요"  그녀는 얼굴과 몸매만 예쁜 것이
아니었다. 마음 역시 아름다웠고, 그녀의 인생말기에 보여준 헌신과 봉사는 행동마저
아름답다는 것을 증명해 주었다. 즉 아름다움(미,美)은 얼굴과 외모의 아름다움에서 시작하여
마음씨의 미, 그리고 행동의 미를 갖출 때 "완벽한 미"가 됨을 가르쳐주었다고 본다.
그녀는 63세의 나이에 암으로 타계했는데 장례식장에서 영국의 유명한 여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지구상에서 천사 한명이 사라졌다"고 애석해 했다고 한다.

사랑과 우정의 영화로는 88년도 작 "시네마천국(Cinema paradiso)"를 빠뜨릴 수가 없을 것이다.

"주세페 토르나토레"감독의 작품으로 시칠리아 섬의 작은 마을 광장 낡은 영화관의 영사기사
"알프레도"와 훗날 영화감독이 된 "토토"와의 가슴 뭉클한 사랑과 우정의 이야기이다.
 
토토는 항상 영화관에 가서 영사기사의 심부름으로 하루를 보낸다. 영화가 좋기 때문이었다.
당시 상영되는 영화는 모두 성당 신부님의 검열을 거쳐야 했는데, 나중에 보니 키스장면은 모두
가위질 하였고, 나중에 알프레도가 마지막으로 토토에게 준 선물에는 삭제된 필름들이 가득하였다.
가난했던 토토에게도 사랑이 찾아 왔지만 이룰 수 없는 사랑이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알프레도는
토토에게 이 곳을 떠나라고 설득한다. 못 이룬 사랑의 슬픔을 가슴에 간직 한 채 로마로 간 토토는
드디어 성공한 영화감독이 되어 다시 마을로 되돌아 왔지만 모든 것이 이미 다 지나간 옛날 일이 된 뒤였다.

사랑을 이루지 못한 슬픔의 감정을 잔잔한 감동으로 승화시켜주고, 화려해 보이지만 감옥같은
영사기사를 극구 말린 진정으로 토토의 장래를 염려해주는 나이와 관계없는 진한 우정에 눈물이
흐르지 않을 수 없는 영화이다. 이 영화는 보면 볼수록 가슴 찡한 그 무엇이 와닿는 그런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우정과 사랑의 본질을 간접경험할 수 있다.

우정은 결코 집착하거나 강요 또는 폭력성을 동반하는 그런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나이와 관계없이
진심으로 상대방을 염려해주고 걱정해주고 도와주는 것일 것이다. 친구가 어려워 할 때 조언을
하는 것이 우정이고 친구가 성공하기를 바라는 것이 참된 우정일 것이다. 사랑 역시 이기심으로 상대를
소유하려하거나 집착해서 상대를 괴롭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비록 이루어지지 않을지라도 나의
마음 속에 사랑의 마음을 만들어주고 키워주고 간직하도록 해준 그 사람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며
그런 그 사람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이 사랑의 요체라고 보면 틀림 없을 것이다.

한편의 영화를 통해 우리 주변에서 잘못된 우정과 사랑으로 서로에게 고통과 상처를 주는
어리석은 행동들을 뒤돌아 볼 수 있으면 참으로 유익한 영화관람이 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