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진료실과 수술실을 오가며 나는 콧소리로 흥얼거린다.
“....그대 가슴에 얼굴을 묻고 오늘도 울고 싶어라
세월의 강 넘어 우리 시랑은 눈물 속에 흔들리는데 ....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 지는가...”
가수 김수희의 “애모”는 내가 노동가처럼 병원에서나 출퇴근때 늘상 불러보는 노래다.
여기서 “그대”는 또 다른 “나 자신”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내 앞에 서면 나는 한없이 작아 진다는 셈이다.
나는 이 노래를 부르면 늘 마음이 평온해지고 즐거워 진다.
내가 나 자신에게 불러주는 일종의 명곡 트로트인 셈이다.

60년대 초 미국의 유명한 여가수가 부른 노래 역시 가끔 불러보는 곡이다.
“When I was just a little girl
I asked my mother What will I be?
Will I be pretty? Will I be rich?
Here's what she said to me
Que Sera Sera Whaever will be will be
The future's not ours to see....."
내일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그냥 내버려 두라는 말이다.
아웅다웅 고민해봤자 내일 일은 도대체 알 수가 없다는 뜻이다.
세상일이란게 한치 앞도 예측가능한게 없어 미리 걱정한들 다 하느님 뜻이란다.
이 노래 역시 내가 자주 부른 노래 중 하나다.
힘들거나 어려울 때 이 노래를 부르면 용기가 나고 즐거워 지곤 했는데,
내가 나에게 불러 주었던 노래중에 하나다.

나는 거리를 걸으며 중얼거리는 습관이 있다. 혼잣말이지만 사실은 내가 나한테 하는 일종의 독백이다.
우리나이 50이 넘으면 외로워지는게 인생사인데 허구헌날 친구들과 즐겁게 종알 거릴 수도 없고
차츰 나이 들수록 더욱더 고독해지는 것이 삶의 정해진 코스이다.
그래서 나의 가장 친하고 소중한 나의 친구,“나”와 늘 대화를 나눈다.
“그래 잘 될거다. 그동안 잘 해 왔지 않은가...며칠 지나면 또 괜찮아 질 거야. 용기를 내고
자신을 가져..“ 라고 격려도 하고 달래어 주기도 한다.
울적할 때는 위로의 말도 아끼지 않는다. 슬픔도 함께 한다. 어려운 시기 일수록 둘은 더욱더 가까이 다가가 더 단단히 결속하리라고 다짐한다.
내가 나에게 해주는 위안과 격려보다 더큰 마음의 안식처는 흔치 않다.

그리스시대 위대한 철학가 소크라테스는 델포이 신전에 적혀있던 “너 자신을 알라(Gnothi Seauton)"이란 격문으로
당시 미신과 달콤한 미어로 그리스 젊은이들을 현혹시켰던 우매한 정신상태에서 과감히 탈피할 것을 외쳤다.
과연 “나”는 누구인가?
매일 24시간 동안 “나”와 함께하는 또 하나의 “나”는 누구란 말인가?
나는 지금 백만장자도 권력가도 명사도 그 어느 누구도 아니다. 평범한 인간,나는 과연 어떤 인간인가?

병원에서 환자들을 만날 때 자주 느끼는 감정은
그들이 한결같이 스스로를 사랑하고 있지 않거나 잘못 사랑하거나
오히려 무시하거나 멸시 또는 방임하는 모습을 보여 너무나 가슴 아프다는 것이다.
왜 환자들, 아픈 사람들은 스스로를 제대로 사랑하지 않는가?
그런 자신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도 못하거니와 잘 알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유감스럽게도 너무 자주 목격한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사랑해 주겠는가?
스스로에 대해 잘 알려 하지 않으면 그 누구가 나를 잘 알려고 할 것인가?
스스로에 대한 강한 애정과 애착심,관심,믿음,의지심등이 부족하면 그 누구가 자신의 일을 대신해 줄 수 있을 것인가?....해답은 “노(no)"이다.

비록 최고도 아니고 최상도 아니고 멋지지도 별스런 인간 축에도 끼지 못한다 해도
스스로를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위해 주고 도와주고 돌봐 주어야 한다.
스스로를 진정성 있게 사랑하고 따스하게 포옹할 줄 아는 사람만이 남들에게도 떳떳하게 다가갈 수 있다.
내적인 힘, 즉 내공(內工)을 쌓아야 외공(外功)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인간은 혼자 늙어 죽어 간다. 가는 길은 모두 똑 같다.
쓸쓸히 죽음이라는 마지막을 향해 쉼 없이 걸어가는 것이다.
그 힘들고 무섭고 외로운 길을 어찌 혼자 가게 내버려 둘 수 있겠는가...
늘 같이 붙어 다니는 자신을 가장 잘 알고 자신에게 최고의 친구며 힘이 될 수 있는 또 하나의 자신이 영원한 벗이 되어 그 끝까지 같이 가야 한다.

틈나면 혼자서 나지막하게 중얼거려 보자.
스스로에게 “나는 너를 사랑한다”라고 소근거려 보자.
스스로에게 “누가 뭐래도 네가 최고야”라고 어깨를 도닥거려 보자.
스스로에게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나는 늘 너와 함께 할거야. 걱정마”라고 이를 깨물어 보자.
너는 나에게 언제라도 최고였고 앞으로도 최고일거라고 부추겨 보자.
너는 내가 살아가는 희망이고 보람이고 내 인생 모두라고 감동적으로 말해 보자.

나는 바로 나에게 이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유일한 “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