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서 온 커피와 동양의 차(茶)의 가장 큰 차이는
커피는 마시기 전에 코 끝에 와닿는 짙은 커피향과 마실 때 혀끝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커피맛이 특징인 반면
차는 비록 향과 맛이 담백하지만 마시고 난 뒤의 잔향(殘香)의 그윽함에서 찾을 수 있다.
커피는 마시는 행동과 더불어 즐거움을 느끼는 대신
차는 식도와 위로 넘어오는 맛보다는 잠시후에 찾아오는 차 특유의 은은한 향에서 차의 참맛을 느낀다.
서양화가 온갖 색채와 화면을 가득 채우는 그림으로 화려함을 뽐낸다면
동양화는 곳곳의 빈 공간,여백(餘白)을 통해서 여유와 사색을 이끌어 내면서 찬찬히 그림을 들여다 보게 한다.
서양화가 현장에서 즉각적인 설명을 하는 작품이라면
동양화는 그림 속을 시간을 들여 차분히 작가의 뜻을 관조하고 음미할 것을 은근히 바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서양에서 들여온 패스트푸드(fast food)가 한입에 들어가 맛있고 향과 미각을 즉시 만족시켜주는 음식이라면
한식은 슬로우푸드(slow food)의 성격을 띄어 천천히 맛을 보고 즐기는 음식에 속한다.
사실 동양의 식사는 밥에서부터 국,반찬거리가 대체로 서양의 요리에 비해 먹는 사람의 미각과 후각을 유혹하는 강도로 보면 못하다고 생각한다.
서양음식이 입안에 넣으면서 바로 반응을 일으키는 대신 동양음식은 먹고 난 뒤의 뒷맛에 개운함이나 얼큰 함,쉬원함을 뒤늦게 표현하도록 한다고 보여진다.
서양인들의 결혼은 당사자끼리의 호불호에 의해 결정되는 반면
예로부터 한국의 전통결혼은 양가부모들의 생각에 많이 좌우 되었다.
결혼은 초기의 두사람 간의 화목과 사랑도 중요하지만 훗날 나이가 들어 인생의 후반전에 들어서 과연 궁합이 맞을 것인지는
경험이 풍부한 어른들의 혜안이 아니면 알기 어렵다는 깊은 경륜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인생은 60이 넘어야 이제 진검승부의 경지에 접어든다고 본다.
80까지 산다면 60이면 90분 축구경기로 보면 겨우 후반전 27분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젊어서 잘 나간들 이시기에 헤맨다면 무슨 소용이 있으랴....
결혼 초기에 아무리 깨소금 볶듯 아기자기하게 살았다 해도 60이 되어 불행하게 산다면 인생은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
인생이라는 큰 화폭에 60에 이르도록 그려 놓은 그림의 질과 양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그려 갈 인생 후반기의 진짜 끝맺음하는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그 그림의 가치를 결정해주는
마지막까지의 남은 시간에 어떻게 그리는 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건강할수록 매사를 서둘러 하지 않는다.
빨리빨리 조급하게 일하는 사람치고 오래도록 건강하게 사는 사람들이 드물다.
삶을 여유와 관조의 자세로 느긋이 즐기는 사람들이 대체로 오래도록 건강하게 산다.
인생에서 오늘 당장의 즐거움도 중요하지만 장차를 보며 좀더 긴 안목으로 가늘고 길게 인생을 즐기는
안빈낙도의 군자의 마음가짐이 더욱 중요하다.
7전8기의 오뚝이 같은 마음으로
오늘 비록 좀 어렵다 하더라도 낙심하지 말고 훗날을 기약하고 인생의 후반전을 성공리에 끝낼 마음으로
오늘을 여유와 평상심으로 견디는 것이 좋다.
건강과 부,명예,사랑,우정...그 어느 것도 일회성의 쟁취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느긋하게
보다 견고하고 안전하게 내것으로 만들어 가는 자세가 최선일 것이다.
흔히 마시는 술도 서둘러 많이 마시면 지방간만 초래하지면 조금씩 마시는 술은 혈압도 떨어뜨리고 심장발작도 줄여 준다.
음식도 짧은 시간 안에 폭식하면 복부비만만 일으키지만 천천히 여유있게 먹는 음식은 위장도 보호하고 비만도 예방해준다.
운동도 급작스럽게 단기간에 운동량을 키우는 것 보다는 매일 조금씩 30분이나 1시간 동안 걷거나 하는 운동으로 오랜기간 하는 것이 휠씬 건강에 도움이 된다.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하는 것이 최선이다.
운동이 그렇고 공부도 그렇고 재산이 그러하며 명예나 사랑 역시 한술에 배부를 수가 없는 것이다.
여유와 관조의 정신,마치 동양화의 여백이나 차의 여운이 남는 잔향처럼 뒤에 다가오는 은근한 맛과 멋에 길들여져야
진정한 인생의 멋과 건강,가족 간의 행보,친구간의 우정을 내것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Slow and steady!!"..........인생에서 가장 강력한 삶의 방식이라 필자는 확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