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네, 불면증으로 고생하시는군요. 언제부터 잠이 잘 오지 않던가요?
잠이 잘 들지 않나요? 자다가 깨나요? 그동안 치료 받은 적은 있나요?
무슨 약을 처방 받은 적은...없나요?

환자: 벌써 1년이 넘었어요. 어떤 날은 밤을 하얗게 새는 날도 있고 뜬 눈으로 
지새기가 다반사예요. 약은 병원에서 처방한 약을 먹곤 했는데 잠시 잠이 오긴
하는데 낮에도 졸립고..요즈음은 밤이 무서워요. (환자는 30대 여성으로 얼굴이 다소 초췌해 보인다)

의사: 불면증은 확실하군요. 밤에 TV같은 것은 보나요? 드라마나 토크쇼 같은거...
혹시 고민거리나 집안에 무슨 어려운 일은 없나요?
몸은 어때요..피곤하거나 무기력한 것은 못 느끼나요?

환자: 그래요. 통 재미가 없어요. 낮에는 몸이 축축 쳐지고, 나른해요.
사는게 너무 힘들어요. (눈물을 글썽이며, "선생님, 죽고 싶을 때도 있어요"...."흑흑"...)

의사: 아이구, 그동안 정말 힘드셨겠구나...(환자를 진정시키며)
아, depression(우울증상)이 같이 왔구나....

환자: 네? 뭐라고 하셨는지...?

의사: 우선 기본적인 검사를 합시다. 몸에 질병이 있어도 잠을 방해할 수 있어요.
그 담에 잠을 잘 수 있도록 처방해 드리겠습니다. 최근에는 수면유도제를 많이 쓰고
환자같은 경우에는 항우울제를 같이 쓰면 효과적이지요.

의사: 많은 수면제들이 다소간의 부작용을 갖고 있습니다. 유도제(Zolpidem)는
제가 많이 처방하는 약인데 별로 피곤하지도 않고 금단증상이 없고 언제든지
끊을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항우울제는 당장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불면증환자의 상당수가 우울증을 저변에 갖고 있어 2~3주 투여하면
상당히 효과를 보지요. 우선 덜 피곤하고 낮에 의욕적으로 움직이니 밤에 오히려 잠도 잘 오고...

환자: 낮엔 무기력하고 밤엔 정신이 말똥말똥해져요. 밤낮이 바뀌었어요.

의사: 간혹 자신도 모르게 불안근심이 심하여 밤에 집중하여 잠을 못 자는
경우도 있지요. 이때는 정신안정제 (valium 같은 약)를 같이 처방해주는데,
이런 약도 수면에는 물론 마음의 평정에도 도움이 됩니다.

의사: 우리가 감기에 걸려 콧물이 나면 먹는 약이 있지요. 환자들이 그약 먹으면
졸립다고 하는데, 그래서 이 항히스타민제나 멀미약을 처방해서 효과를 보기도 합니다.

환자: 아침에 일어날 때 맑은 정신으로 잘 잤다는 깔끔한 느낌을 한번 제대로 가져봤으면...
소원이 없겠어요. 오늘 이 처방으로 그렇게 되었으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의사: 반드시 좋아질 겁니다. 잠이 안 온다고 억지로 이불 깔고 눕는게 제일 나빠요.
잠이 안 오면 그냥 TV나 보거나 책도 보고 이리저리 걸어도 보는 게 오히려 나아요.
또 술을 마셔야 잠을 잔다는 사람도 있는데, 이것 역시 가끔은 좋으나 습관이 되면 나빠요.
자기 전에 따뜻한 우유 한잔 정도가 좋지요. 물론 배가 너무 고프면 잠이 안 오긴 하지요....

환자: 자장가를 불러 주던 엄마생각이 가끔 나지요(웃으면서..) 그 때는 잘 잤던 것 같은데...

의사: 맞아요. 우리가 억지로 밤샘하려면 오히려 졸립지요. 밤새 숙제하다가 책상에
엎드려 잔 경험은 없나요? 아예 밤을 새울 작정으로 하다 보면 역으로 잠이 쏟아지기도 하지요..
그럼 다음에 봅시다. 힘 내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