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에서 보는 환자들의 가장 흔한 고통들은  대개 통증이나 발열이다.
두통, 치통, 허리요통, 감기로 인한 인후통, 여자들의 생리통, 통풍으로
인한 발의 통증, 요로결석으로 인한 허리통증....등이 환자들이 가장 많이
하소연하는 아픔들이다. 그래서 이런 통증을 가라앉히는 약들이 약국의
진열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우리들이 잘아는 아스피린, 타이레놀..등이 그런 약들이다.

통증은 왜 생길까? 대체로 염증이나 상처로 인해 세포막에서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 PG)이란 물질이 만들어지는 탓으로
설명한다. 이 물질은 염증의 신속한 치유를 위해 인체에서 스스로 분비하는
일종의 호르몬 같은 것으로 혈관을 확장하고 열이 자연 배출되도록 유도하고
혈전 (피덩어리)을 막기도 한다. 우리가 복용하는 대부분의 진통제들이 바로
이 PG를 억제하는 약들이다. 그래서 진통은 되지만 오히려 치유과정에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 염려하는 의사들도 많다.

진통제는 크게 두종류로 나뉜다. 마약성이냐, 아니냐로 일단 2분한다.
시중에 나와있는 약들의 대부분은 비마약성진통제이다. 마약성(narcotics)제제는
병원에서 수술용이나 암환자치료등에만 국한해서 써므로 여기서 설명은 하지 않고,
주로 비마약성진통제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이 진통제도 크게 두종류로 나눌 수 있다. 스테로이드제인가 아닌가로 나뉘는데,
대부분의 약들이 비스테로이드제 (NSAIDs)이고, 대표적으로 아스피린(ASA)과
타이레놀(AAP)이 있다. 그런데 이 둘은 작용기전과 효과가 다르다.
아스피린은 해열기능과 진통(항염증)기능을 모두 갖고 있는데 비해 타이레놀은
주로 해열제로서 작용하고 PG생성을 억제하므로서 염증을 가라앉히는 작용은
별로 없다. 그래서 AAP는 NSAIDs 에 넣기가 좀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생리통을 예로 들면 PG에 의해 자궁이 수축되고 통증이 발생한다.
그래서 부루펜 (Ibuprofen)과 같은 NSAIDs를 복용하면 PG를 억제하여 진통이 된다.
열을 동반한 두통의 경우를 예를 들면 우리가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가라앉는데,
PG를 억제하여 피부혈관을 확장하고 발한을 유도하여 열을 떨어뜨리고 동시에
체온조절중추에도 관여하여 체온을 정상으로 유도하게 해준다.
또 염증반응을 억제하여 진통효과도 나타나게 한다.

현재 시중에는 수많은 진통제들이 나와있는데 대부분 NSAIDs계통의 약들이다.
부루펜, 피록시캄, 폰탈, 아세클로페낙, 디클로페낙 소디움, 멜록시캄, 미네술리드,
에토돌락, 페노프로펜, 록소프로펜, 술린닥, 트라마돌, 셀레콕시브, 티아프로페닉산....
셀 수 도 없을 만큼 진통제는 넘쳐난다.

그런데 이들 약들에 관하여 몇가지 상식적인 지식을 갖고 복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우선 아스피린은 고열환자 중에 소아에겐 위험할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
자칫 "라이증후군"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염이나 위궤양환자에겐
아스피린은 위험할 수 있다. 소량(100mg~80mg)의 아스피린을 장기복용하면
심혈관계질환자에게 유익할 수는 있으나 늘 출혈성경향에 대해서는 조심해야 한다.

타이레놀은 AAP(아세트아미노펜) 단일성분의 약이지만 시중에 복합제가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주의해야할 성분이 있으므로 알고 복용해야 한다. AAP는 항상 간염환자에겐 금기이다.
특히 열이 있는 초기의 급성간염환자에게 잘 모르고 AAP를 처방하여 전격성간염으로 악화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므로 극히 주의가 요구된다.

진통제는 위장장애를 많이 일으킨다. 그래서 위(胃)가 약한 사람들은 약을 먹을 때
매우 힘들어진다. 그래서 위장장애를 없앤 진통제 (세레브렉스, 바이옥스)가 발매되어
선풍적인기를 누렸으나 그 약이 심혈관계에 해롭다는 사실이 밝혀져 찾는 사람들이
뜸해지고 요즈음 의사들의 처방횟수도 줄었다.

우리가 외래에서 흔히 사용하는 소염진통제주사도 어느정도의 부작용은 늘 따라
다닌다고 보면 정확하다. 전신의 발진이라든지, 가려움증, 주사부위의 통증등이 흔히 보는
부작용이지만, 간혹 "스티븐 존스 신드롬"이나 심지어는 간손상등을 초래 할 수 도 있어
늘 진통제의 과용은 피해야 한다.

통증도 어떻게 보면 인체가 외부 균의 침입을 받거나 상처를 입었을 때 스스로 보호하고
가장 신속하게 회복하기 위한 방어시스템의 일부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통증과 열을
약에만 의지하여 낫게 하려는 생각은 인체를 점점 허약하게 만들 수도 있으므로 이점
유의해야 한다. 그래서 적당한 통증은 휴식과 안정, 필요하면 냉찜질이나 온찜질정도로
참는 것도 큰 안목으로 보면 우리 인체에 더 유익할 수도 있다고 본다.
하느님이 만들어 주신 우리의 거의 완벽한 자체방어장비들을 애용하는 것이 또 건강을
잘 지키는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필자는 판단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