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아침에 깨어보니 눈이 잘 감기지 않고 입이 비뚤어져 침을 흘리고
이마까지 주름이 지지않는 "안면마비(벨씨 마비)"가 찾아오면 너무도 당황하고
혹시나 평생 얼굴이 좌우불균형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해서 매우 불안해 하기도 한다.

안면신경(facial nerve)은 귀 바로 뒤의 구멍(stylomastoid foramen)을 뚫고 나와
침샘(이하선)을 관통하여 크게 두가닥으로 나뉜 다음,바로 이마쪽의 상신경,
광대쪽의 중신경,입술쪽의 하신경으로 마치 "거위발"(pesanserinus)" 의 5가닥으로
펼쳐져 얼굴근육의 운동을 지배하고 조절한다. 이마를 찡거리거나, 눈을 뜨고 감는 것,
입술을 움직이는 것이 모두 이 안면신경의 영향하에 놓여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 안면신경은 운동만 관여할 뿐 감각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안면신경마비는 어떻게 생기고 치료는 무슨 방법으로 하는가?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학설이 있지만 대개 피곤하거나 신경부위를 차게 하는 경우,
눌리는 경우, 그리고 바이러스성 감염등이 원인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신경의 발원지인 뇌세포의 손상보다는 말초단계의 신경손상이
주원인이고 그래서 치료를 하지 않아도 약 2/3는 저절로 낫는다. 단 대상포진이
동반하는 경우(람세이 헌트 증후군)는 영구신경마비의 후유증을 남기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신경손상이 오면 어떻게 낫는가를 보면 안면신경마비의 경우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안면마비는 대부분 신경을 싸는 신경초의 일시적인 손상일 경우이므로
2~3개월, 늦게는 1~2년 후면 80% 가까이서 완치가 된다.
치료약도 스테로이드제제(prednisone)나 진통제, 필요하면 비타민B(복합제나 B1,B12)등이
전부이고 대상포진이 의심되는 경우에만 항바이러스제제를 사용한다.

안면마비 초기에 통증이 극심하거나 마비가 급격하게 오는 경우에는 예후가
좋지 않을 경우가 많다. 신경손상은 처음에는 통증으로 시작하지만 중간에는
통증이 없거나 거의 없어진다. 그러나 어느날 갑자기 다시 통증이 시작되면
신경이 정상으로 회복하는 신호탄으로 판단해도 좋다.

신경의 마비가 근육의 운동을 방해하므로 안면마비는 눈을 감거나 입을 열고 닫는
동작에 장해를 준다. 그래서 물리치료(뜨거운 찜질,TENS와 같은 전기치료,마사지,
눈과 입술의 자가운동)를 열심히 하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된다. 대개 2~3개월이면
90% 가까이 결과를 알 수 있지만 1년, 또는 2년이 경과하도록 서서히 회복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계속 완전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열심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

단, 침술이나 뜸, 부황같은 한방요법은 국제적으로 인정 받지 않는 치료법이므로
필자는 주의를 요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침이 후유증을 고착화한다는 견해도
많으므로 세계적으로 통일된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안면마비의 80%는 완전회복이 되고 적어도 90%는 거의 회복이 된다.
얼굴이 찌글어지고 흉해졌다고 우왕좌왕하고 여기저기 불확실한 치료로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됨을 조언하고 싶은 마음이다.

단, 마비가 말초성인지 중추성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전문적인 진단이 필요하므로
"근전도"(EMG)등으로 근육마비의 정도를 체크하거나 뇌의 촬영등을 통해 드물게　
원인이 되는 뇌종양등의 질환도 검사해 볼 수도 있다.

나이가 많거나,초기에 심한 통증이 왔거나,귀의 과민한 청각등이 있거나 성인병등을
동반하는 경우에는 에후가 불량할 것에 대비하여 잘 대처해야 한다.
그리고 처음 발견했을 때 완전마비가 온 경우와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에도 예후에
차이가 있으므로 관심있게 관찰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초기에 얼마나 마비증세가
심한 가가 향후 예후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